호주 일상: 호주 코로나... 이 시국에 응급실이라니... 아~코로나19가 없는 일상이 정말 그립습니다.

2020. 8. 23. 20:51DAILY 일상

2020년 8월 호주 멜버른 일상..

공사중인 Monash 대학 응급실 입구

 

8월이 시작하면서 제가 살고있는 호주의 빅토리아주는 코비드19 경계단계가 레벨4로 상향조정 되었습니다.

생필품을 위한 쇼핑도 집에서 5km이내에서만 해야 되고, 집 밖에 나가려면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써야합니다. 안쓰고 있다가 걸리면 벌금이 $200 이라네요. 또 오후 8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통행금지 시간이랍니다. 정말 몇십년만에 들어보는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통행금지라는 단어! 통행금지가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생경하게만 느껴집니다.

 

집 근처에서 잠깐동안 산책을 할 때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일상을 크게 저지받는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그저 불편한 정도였죠. 신속한 코로나 종식을 위해서는 모두모두가 그정도 조심은 해야되겠지라는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전 사이에 저는 지금까지 제 인생을 통털어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저녁 준비를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새로 구입한 김을 구우면서 맛을 보려는데 갑자기 날카로운 이물질이 잇몸에 낀 것같은 느낌과 함께 잇몸에 통증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 이물질을 빼어 내려고 갖은 노력을 하던 중 치실을 사용했는데 순간 무엇인가가 입밖으로 튀어나오더라구요. 확인해 보니 제 치아의 반쪽이 쪼개져 튀어나온 것이었어요. 날카로운 통증은 계속되고 여전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물감도 느껴졌습니다.

 

 

이게 웬일... 부서져서 빠져나온 치아.... 

 

 

서둘러 병원 응급실로 향했어요. 하필 이 시기에,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인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호주 Monash 대학 응급실
드디어 도착한 Monash 대학병원 입구

 

 

더군다나 김을 먹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떨어져 나간 치아 조각을 주워가지고 빨리가면 혹시 살릴 수 있으려나 걱정스러움과 초조함, 조급한 마음이 뒤섞여 뭐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 복잡다단한 심정이었는데 그 순간에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네요. 코미디 같은 상황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해가 진 후의 외출이 얼마만이던가! 겨우 8시경밖에 안되었는데, 거리에 오가는 차량의 이동량이 줄어서 인지 쌀쌀한 바람과 함께 적막감이 훅훅 밀려듭니다 ~~

 

 

 


병원에 도착하니 응급실 입구의 광경은 더더욱 낯설고 삭막합니다. 비닐로 만든 가운을 입고 마스크에 페이스 쉴드까지  쓰고 무장한 직원이 체온 채크부터 합니다. 다음은 일정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 코비드19에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있은 후에야 방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상담 창구에 있는 직원과 대화를 할 때는 물리적인 불편함이 더욱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창구 사이에 가림막이 있는데다가 서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대화를 하다보니 주의를 기울이고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듣기가 힘들었습니다. 집콕만 해야하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과는 차원이 다른 불편함이었습니다. 대기실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2~3자리 건너씩 떨어져 앉아야만 했습니다.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함께 동반할 수 있는 보호자를 1명으로 제한한다는 말에 아빠는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리더라구요. 그나마도 어른은 보호자를 동반할 수 조차 없다고 합니다.

 

아플 때 일수록, 특히 이렇게 응급상황일 때는 마음이 나약해지고 머리속도 혼미해져 가까운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기 마련이건만, 코로나19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움을 받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서 더 씩씩해져야만 했습니다. 아들이 안에 계신 어머니께서 연락할 수 있는 전화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를 원했지만 거절당하는 것을 목격하며 느끼는 바가 크더라구요. 너무 엄격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확진자의 확산을 막고 응급실이 그나마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취해진 조치인 만큼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 이해해 봅니다.

 

 

대기중 (왼쪽)  친절하신 응급실 의사선생님께 치료 받는중 (오른쪽)

 

한참을 기다려서 드디어 저도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반쪽이 떨어져 나간 치아에 임시로 땜질을 해주면서 다음날 꼭 치과 선생님을 만나보라고 의견서를 써주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환자 보는 일이 짜증날 수도 있을텐데, 진료 내내 웃는 낯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여 도움를 주려고 애쓰는 의사선생님의 친절함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아침에 응급실 의사선생님의 의견서를 가지고 덴탈하스피탈을 방문했습니다. 시티한복판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역시 차량이 드물어 막힘이 없으니 평소보다 정말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코비드19 덕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곳에서는 개인이 착용하고 간 마스크를 벗으라 하고  새 마스크를 주었습니다. 철저한 위생관리에 믿음이 갔습니다. 앞에 환자가 한 명뿐이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그 점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깐, 아침부터 그토록 부지런을 떨며 여기까지 왔건만 결국은 아무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치과치료는 받을 수가 없다네요. 치아의 떨어져 나간 부분을 메꾸기만 하는 단순한 치료이기 때문이랍니다.

 

전날 친절하신 응급실 의사선생님이 주신 의견서 덕에 집에서부터 5KM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덴탈하스피탈에 갈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위급한 정도가 1부터 5까지 5단계로 구분했을 때 위험도가 가장 낮은 5단계이기 때문이래요. 정부정책이 그러해서 허락을 해주지 않으니 자신들도 어쩔 수가 없다구요.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응급실 선생님이 임시로 땜질해 준 것을 보더니 치과전문의가 아닌 분이 한 것 이라고 밑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게 잘 했다네요.

 

아아아~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는가 봅니다.  하필 이 시기에 그것도 하필 김을 먹다가 치아가 반동강이 나서 응급실 신세를 져야했던 것이 어처구니 없는 불행이라면 그 와중에 그렇게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입안에 붕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둥굴둥굴한 응급처치용 치아를 가지고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견디어야 한다네요. 위험도 5단계,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만큼 위급한 상태가 아닌 것에 감사하여야 하는 것인지 그냥 웃음만 나옵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제대로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코로나19가 없는 일상이 정말 그립습니다.